호빗(Hobbit)/러브인톨킨(完)

[소린빌보] Love In Tolkien 下



Love In Tolkien







 빌보는 생각했다. 자신은 아무래도 그동안 소린 오큰쉴드란 남자를 과소평가했던 것이 아닐까. 퇴원하자마자 시작된 소린의 애정공세는 연애경험이 단 한 번도 없던 빌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맹렬하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빌보는 하필 지금이 방학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학기 중이었다면 바로 옆집의 이웃 사촌이 매일같이 자신을 찾아와 내뱉는 고백을 들을 일은 없었을 텐데.



"빌보 위층에 있죠?"


"어머 소린…. 요새 너희 부쩍 사이가 좋구나. 매우 바람직한 일이야. 빌보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아직도 자고 있단다. 올라가 보렴."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엄마와 소린의 대화 소리에 빌보는 침대에서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빌보는 주위를 허겁지겁 둘러보며, 도망치거나 숨을 곳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코딱지만 한 빌보의 방안에는 그가 숨을 곳이라고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소린이 쿵쿵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에 빌보는 차라리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척을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빌보가 산에서 소린의 목숨을 구해준 그 날 이후, 소린은 변했다. 갑자기 자신을 좋아한다며 시도 때도 없이 고백하는데, 그 고백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빌보를 가장 미치게 하였다. 빌보가 동네 마트에서 심부름하고 있든, 집 앞 잔디를 깎고 있든, 동네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든지. 소린에게는 부끄러움이란 게 없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 작은 마을의 주민들은, 둘이 드디어 사이가 좋아졌다며 흐뭇하게 웃고는 했다. 하다못해 빌보의 부모님마저, 드디어 두 사람이 우정을 나누려는 모양이라며 소린의 방문을 언제나 반겼다.


'저 녀석이 나누려는 건 우정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요!'


 점점 빌보는 가까워져 오는 소린의 발소리에 눈을 질끈 감고 이불을 돌돌 만 채로 몸을 웅크렸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빌보의 머리 위에서 소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자?"


"......"



 제발 오늘은 그냥 가줬으면. 빌보는 눈은 감은 채 믿지도 않는 온갖 신들을 향해 빌었다. 소린은 잠시 말이 없었다. 어느 신인지는 몰라도, 빌보의 소원을 들어준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빌보의 작은 기대는 다음 순간 와장창 깨져버렸다. 


"야 이 미친놈아! 어디다가 손을 집어ㄴ..!!! "


"안 자네."



 빌보는 이불 속으로 과감하게 손을 쑥 넣어 자신의 잠옷 단추를 푸르려는 소린의 손을 필사적으로 막고는 기겁하며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대체 이 녀석은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해진 거지? 어릴 땐 분명 조용한 샌님 같았었는데! 빌보의 거센 반항에도 아랑곳 않고, 소린의 손이 기어코 빌보의 파자마 단추를 하나하나 끌러 내려갔다. 이불은 어느새 침대 바닥으로 주르륵 미끄러져 있었고, 소린이 빌보의 침대 위로 올라와 있는 탓에 오래된 침대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소리마저 왠지 야하게 들려, 빌보는 최대한 버둥거리지 않으려 애쓰며, 마지막 단추가 매달린 옷깃을 부여잡았다. 소린의 기습 공격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빌보의 얼굴은 시뻘개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소린은 하얗게 드러나있는 빌보의 어깨 위에 살짝 입 맞췄다.



'끄악'


 빌보가 놀라서 굳어있는 사이, 소린은 오른손으로 빌보 뒷덜미를 붙잡고 다시 한 번 깊게 입 맞췄다. 자는 사이 엉망으로 엉켜있는 빌보의 곱슬머리가 부드럽게 만져지는 것이 소린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소린의 혀가 부드럽게 빌보의 입천장을 쓸어내리자, 빌보가 움찔거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미 빌보가 필사적으로 막고 있던 파자마의 마지막 단추는 풀려있었고, 소린의 왼손이 빌보의 가슴을 자유롭게 쓸어내리고 있었다.빌보는 소린이 고백할 때마다 매번 질색하며 도망치는 주제에, 키스를 받을 때만큼은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얌전히 넋이 나가있고는 했다. 아마도 이런 종류의 자극이 익숙하지 않아서겠지. 그러한 빌보의 모습은 언제나 소린으로 하여금 뭔가 격한 감정을 끓어오르게 만들었지만, 너무 급하게 다가선다면 분명 무서워하겠지. 소린은 천천히 입술을 떼고, 빌보를 향해 물었다.



"너 키스도 나랑 했던 게 처음이었지?"


웃음기가 잔뜩 어려있는 짓궂은 소린의 질문에, 빌보가 감았던 눈을 살짝 뜨고는 부루퉁하게 답했다.


"아닌데?"



 순간 거대한 망치가 소린의 뒤통수를 꽝하고 후려갈겼다. 전혀 예상하지 못 했던 빌보의 대답에, 소린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당혹스럽고 얼빠진 표정으로 빌보를 향해 더듬더듬 물었다.



"뭐? 그럼.. 언제.. 누구.. 랑.. "


"예전에 대학교 동호회 모임에서.. 에잇,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빌보는 소린의 얼이 빠져있는 사이 잠옷을 추스르며, 벌떡 일어나서는 부모님이 있는 아래층 부엌으로 쏜살같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홀로 남은 소린은 한참이나 충격에 빠져 움직일 수가 없었다. 빌보의 첫 키스 상대가 자신이 아니라니. 대체 그럼 누가? 소린은 빌보의 침대 시트를 움켜지며, 질투심에 이글거리는 눈빛을 빛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빌보는 자신이 몰랐던 소린의 집요한 면에 서서히 질려가고 있었다. 오늘도 우편함에 가득 담겨있는 구애의 편지를 한 장 한 장 읽으며, 빌보는 그 내용의 어이없음에 헛웃음을 쳤다. 편지 속에는 빌보를 향한 찬사와, 빌보가 얼마나 호빗과 닮았고 사랑스러운지에 대한 내용들이 형편없는 문장으로 쓰여있었다. 



"스토커냐?"



 옆집에 살면서 굳이, 소인이 찍힌 우편물로, 그것도 필체를 숨기려 워드로 타이핑을 한 연애편지를 매일 몇 통씩 보내다니. 게다가 어릴 때부터 책을 끼고 살았으면서, 이런 형편없고 저질스러운 문장력을 구사하다니. 빌보는 마침 잠이 덜 깬 얼굴로 마당을 나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소린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혀를 쯧쯧 찼다. 소린이 보는 앞에서 편지를 구겨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왠지 그러기는 아까웠는지 빌보는 가만히 자신의 후드티 앞주머니에 편지를 쑤셔 넣었다. 뭐 이 정도쯤은 귀엽지. 하지만 소린의 집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엄마, 내 속옷이 또 사라진 것 같은데."


"그럴 리가. 네 엉망진창인 방 한구석 어디에 구겨져 있겠지."



 빌보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방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하지만 분명히 빌보의 팬티가 계속 사라지고 있었고, 이따금 열려있는 빌보의 창문은 그 범인이 누구인지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아 이건 좀 싫은데. 빌보는 조만간 소린을 만나면, 이번엔 등짝을 세게 후려쳐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변태도 아니고, 뭐 하러 팬티를 훔쳐 가는지. 역시 최근의 소린은 점점 이상했다. 어쨌든, 당장 입을 속옷이 부족해졌기에 빌보는 산책도 할 겸 동네 마트를 방문하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집에서 입고 있는 빨간 후드티를 대충 꺼내 입고, 어슬렁어슬렁 마트를 향하던 빌보의 눈에 의외의 인물의 모습이 띄었다. 그 역시 빌보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제임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오, 빌보 배긴스. 뭐, 우연히 볼일이 있어서. 아 참, 여기가 네가 사는 동네였지?"



 빌보는 고개를 끄덕였고, 제임스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이 동네에 참나무 방패 소린도, 푸른 잎 레골라스도 사는 건가?"


"제임스. 제발 그 입 닥쳐."



 빌보는 지긋지긋한 톨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며 제임스를 무시한 채 마트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당황한 듯한 제임스가 빌보를 따라오며, 마을 안내를 해달라고 졸라왔지만 빌보는 귀찮다는 듯이 그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대충 대꾸했다.



"안내는 무슨, 네 볼일이나 보고 돌아가. 난 바쁘니까. 그럼 학교에서 보자 제임스."



 집에서부터 아무렇게나 대충 구겨 신고 나온 운동화를 질질 끌며, 빌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모퉁이만 돌면 곧 나타날 마트의 간판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순간 빌보의 머리채가 거칠게 잡아채였고, 빌보는 반항을 할 새도 없이 바로 옆의 골목 사이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뭐야!"



 빌보가 얼얼한 뒤통수를 문지르며 화를 냈고, 빌보의 눈앞에는 제임스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다. 빌보는 영문도 모른 채 제인스를 올려다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미쳤어?"


"빌보.. 드디어 네가 나를 만났는데, 왜 외면하는 거야?"



 저 녀석 위험하다. 빌보는 제임스의 눈빛을 보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어딘지 나사가 하나 풀린 듯한 제임스의 눈동자는 빌보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고, 빌보는 주춤주춤 앉은 채로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제임스는 빌보가 물러서는 만큼씩 다가서며 초점 잃은 눈동자로 말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너의 이름을 듣자마자, 난 이게 운명임을 깨달았지. 그, 빌보 배긴스를 만나다니. 이건 톨킨이 내게 준 선물이나 다름없어."


'빌어먹을 톨킨!'



 빌보는 바닥에 널브러진 작은 돌조각을 움켜쥐며, 다시 한 번 톨킨을 저주했다. 어쩐지, 벌칙게임에 져서 남자끼리 키스해야 하는 불쾌한 상황에서도 제임스 저 녀석은 소름 끼치게 실실 쪼개고 있더라니. 그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빌보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제임스를 노려보며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위협하듯이 말했다.



"거기서 한 발자국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가만 안 둬."


"빌보. 부끄러워하지 마. 난 너도 날 기다렸다는 걸 알고 있어. 그 증거로 지금 네 티셔츠 주머니 속엔 내가 보냈던 러브레터들이 그대로 담겨있잖아."


"뭐?"



 순간 아찔한 기분에, 빌보가 휘청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 속에 아무렇게나 손을 넣어, 며칠 동안 그곳에 구겨진 채 들어있던 편지를 꺼냈다. 



'소린이 보낸 게 아니었어?'


 빌보는 순식간에 역겹게 느껴지는 편지들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제임스를 향해 소리쳤다. 


"설마 속옷도 네놈 짓이야?"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빌보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왔고, 빌보는 있는 힘껏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돌조각을 그를 향해 집어던졌다. 과연 정통으로 돌조각이 이마에 꽂혔고, 제임스는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빌보는 그 사이 몸을 일으켜 냅다 그로부터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빌보가 아무렇게나 구겨신었던 운동화가 하필 그 순간 벗겨져, 빌보는 바닥에 얼굴을 갈며 슬라이딩을 해야만 했다. 바닥에 긁힌 턱이며 뺨이 얼얼했지만, 지금은 그런 아픔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빌보는 팔꿈치로 바닥을 짚으며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고, 불행히도 그런 빌보를 곧 따라잡은 제임스가, 피가 줄줄 흐르는 얼굴을 한 채, 빌보를 우악스럽게 위에서부터 덮쳐 억눌렀다.



"빌보. 나의 사랑스러운 호빗."



 제임스가 자신이 누르고 있던 빌보의 목 뒷덜미에 입술을 부딪혀왔고, 그곳에서부터 소름 끼치도록 강하게 느껴지는 혐오감에 빌보는 욕설을 내뱉었다. 소린에게 키스를 받았을 때와는 너무도 확연히 다른 끔찍한 기분에, 빌보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자신의 부모님은 이름 때문에, 내가 이런 수모를 겪고 있다는 걸 알기는 할까. 빌어먹을 제임스는 그 큰 체구로 빌보의 얼굴이 돌바닥에 쓸리든 말든 소름 끼치는 애정고백을 빌보의 귓가에 줄줄이 내뱉고 있었는데, 빌보는 소린이 그동안 자신에게 했던 행동이 얼마나 신사적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소린. 그동안 스토커로 오해해서 미안했어. 어쩐지 편지에 쓰여있는 문장이 끔찍하게 엉망진창이더라니.'


 빌보가 마음속으로 소린을 향한 사과의 말들을 내뱉고 있을 때, 갑자기 빌보를 누르고 있던 무거운 체중이 사라졌다. 빌보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 뒤를 올려다보았고, 소린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제임스를 잡아 내팽개치는 광경을 가까스로 볼 수 있었다.


 빌보는 지금껏 소린이 저렇게 화가 난 모습을 본 기억이 없었다. 학생 시절, 숱한 무리들의 시비에도 먼저 화내거나 상대를 때리는 법이 없던 소린인데. 오늘은 지옥에서 막 올라온 악마처럼 무섭게 제임스를 걷어차고 있었다. 하지만 빌보는 이러한 소린의 거친 모습이 무섭거나 싫지 않았다. 소린이 난생처음 화를 내는 이유가 바로 자신이라니. 빌보는 생각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퐁퐁 솟아오는 이 떨리는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임스는 소린에게 한참을 흠씬 얻어맞고, 다시는 빌보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고서야 그 장소에서 달아날 수 있었다.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거리는 소린의 등 뒤로 빌보가 폭하고 달려와 안겼다. 


"빌보..?"


 자신의 허리를 감아오는 빌보의 작은 팔에, 소린은 그대로 심장이 멎을 것 만 같았다. 빌보는 온통 까진 자국과 핏자국으로 엉망이 된 얼굴로 씩씩하게 웃으며, 소린을 올려다보았다. 



"나 아무래도 방금 사랑에 빠진 것 같은데, 나랑 연애할래?"


 그거야 대답할 필요도 없이, yes였다. 소린의 심장은 이미 진작 송두리 째 빌보에게 줘버린지 오래였으니. 하지만 소린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대신, 빌보의 얼굴을 조심스레 감싸며 말했다.


"싫어.


"뭐?"


"보답으로 사귀고 싶지 않아. 빚 갚는 게 아니잖아."



 그러자 조금 전까지 사랑스럽게 미소 짓던 빌보의 얼굴이 순식간의 평소처럼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빌보는 소린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팩하고 풀어버리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무슨 소리야! 너도 내가 절벽에서 널 구해주고 나서부터 내가 좋다고 따라다녔잖아!"


"난 달라."


"다르긴 뭐가 달라!"



 빌보가 억울한 듯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잔뜩 화를 내는 모습이 웃기고 귀여워, 소린은 자신도 모르게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흙과 피가 엉겨 붙어 엉망이 된 빌보 얼굴의 상처를 조심조심 닦으며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지난 시간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 빌보를 사랑하게 된 순간부터, 그 사람을 깨달은 순간. 그리고 죽음에 이르렀을 때 자신이 가장 후회했던 일들에 대해. 빌보는 자신의 얼굴의 상처를 매우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사랑을 고백하는 소린의 말들에, 발끝에서부터 어떤 전율이 부르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소린은 빌보의 얼굴을 얼추 다 닦았다고 생각되자, 손수건을 다시 제 주머니에 넣고 빌보의 어깨를 양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빌보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너를 처음 만나서 네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내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건 바로 너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 생각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어. 지금까지도."


"소린.."


 빌보는 순간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린의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대로 소린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그의 입술에 쪽-하고 입 맞췄다. 그건 마치 어린아이의 버드키스처럼 어설펐지만, 소린을 돌처럼 굳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소린의 목덜미에 둘렀던 팔을 푸르고 돌아서 의기양양하게 씩 웃으며 빌보가 말했다. 


"생각해보니, 톨킨 할배가 잘한 것도 하나 있는 것 같아. 아까 그 제임스 녀석이 들러붙게 만든 건 싫지만, 널 만나게 한건 잘 된 일이야." 



 소린은 돌아선 빌보의 허리를 잡아채고 가까이 확 끌어온 뒤, 키스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빌보에게 제대로 된 어른의 키스를 돌려주었다. 빌보는 언제나 그랬듯, 키스를 받은 순간만큼은 얌전하게 소린의 옷자락을 잡으며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키스가 끝난 이후에도 달아나지 않고 부끄러운 얼굴을 감추며 소린의 옷깃에 얼굴을 파뭍었다. 그런 빌보를 끌어안으며 소린은 생각했다. 조만간 빌보에게 톨킨의 소설을 읽게 만들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두사람의 이야기는 아마도 Lost in Tolkien에서 이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빗(Hobbit) > 러브인톨킨(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린빌보] Love in Love  (2) 2015.04.11
[소린빌보] Love In Tolkien 中  (2) 2015.03.07
[소린빌보] Love In Tolkien 上  (2) 2015.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