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린빌보] In Dreams (7)
In Dreams - 7
이제 갓 연애를 시작한 이들은 언제나 타인의 시선에 둔감하다. 그들은 자기의 맡은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많은 시간을 서로와 함께하기를 원했다. 소린은 퇴근하자마자 자신의 집이 아닌 빌보의 오래된 아파트로 향하기 일쑤였고, 빌보는 3일에 한 번씩 소린의 조카들을 핑계로 소린의 저택을 방문했다. 두 사람이 열렬한 열애에 빠졌다는 사실은 소린의 저택의 모든 이들이 다 알고 있었다. 필리와 킬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들의 빈번한 독서회에 대한 불만을 삼촌에게 차마 터뜨릴 수 없었다. 행여 자신들이 그들의 연애를 방해했다가, 삼촌이 노총각으로 늙어버릴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독서회가 없는 날에는 그들은 빌보의 낡은 아파트에 있는 좁은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소린은 빌보의 아파트가 방음이 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꽤 마음에 들어 했다. 빌보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소린은 주말이면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까지도 빌보의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 소린의 인생에서 이렇게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간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발린은 소린이 이제는 좀 회사 일에서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가 빌보의 집에서 보내는 주말 동안은 소린을 업무적인 일로 귀찮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빌보는 지금이 일 년 중 가장 모임이 없고 한가한 시기임을 다행으로 여겼다. 빌보는 소린이 자신의 집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많은 것들에 신경을 기울였다. 그중 빌보가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소린의 식생활이었다. 물론 소린이 가장 만족하는 건 성생활이겠지만.
빌보는 종종 틈나는 대로 소린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떠보고는 했다. 이를테면, 용이나 엘프에 대한 호불호 같은 것? 소린은 그때마다 미간을 조금 찌푸리기는 했지만, 딱히 그것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소린은 자신의 새로운 연인이 자신이 전생의 꿈을 꾸고 있다고 믿는 것을 그저 귀엽게만 생각할 따름이었다. 소린 역시 가끔 빌보가 말한 것과 비슷한 꿈을 꾸기는 했지만, 그것에 대해 빌보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소린은 자신이 꿈을 꾸는 이유는 온종일 빌보가 자신에게 꿈에 대해 떠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빌보는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전생이나, 난쟁이, 용, 보석에 관한 것들을 자신에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소린은 쉴 새 없이 떠드는 빌보의 입을 부드러운 키스로 막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 빌보, 난 전생을 믿지 않아. 설령 그런 게 있다고 해도 의미가 없지. 내게 중요한 건 현재의 너야."
" 그렇지만 소린.. "
소린은 빌보의 파자마 단추를 은근슬쩍 풀어헤치며 그의 파자마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 꿈속의 네가 아니라 현실의 너에 관해서 이야기해줘. 네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이야. "
소린은 이제는 완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빌보 배긴스라는 남자에게 푹 빠져있음을. 그가 살아온 인생이 궁금했고, 앞으로 그가 겪을 모든 일을 자신의 눈으로 지켜보고 싶어졌다. 빌보는 소린의 간지러운 키스에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 이렇게 자꾸 입을 막으면 이야기를 할 수 없잖아요. 소린."
소린이 빌보를 침대로 밀쳤다. 그리고는 짓궂게 웃으며 빌보의 말에 답했다.
" 그럼 이야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고, 지금은 다른 일에 집중하도록 하지. "
소린이 집으로 돌아가고 난 뒤, 빌보는 습관적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접속했다. 오늘도 자신이 기억하는 전생의 이야기를 쓸 예정이었다. 빌보가 블로그에 꿈에 대한 일기를 쓴지도 어느덧 몇 주가 지나있었다. 빌보는 그것이 이제는 꿈이 아니라 자신의 전생이 기억이라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습관적으로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블로그에는 광고 댓글 외에는 별다른 댓글이 달리지 않았는데, 오늘도 역시 댓글이 하나 달린 것을 발견한 빌보가 귀찮아하며 투덜거렸다.
" 방문자도 없는 블로그에 왜 자꾸 광고 댓글을 다는 거야. "
빌보가 별 생각 없이 댓글 창을 열어 삭제버튼에 마우스를 가져다 댔다. 하지만 그곳에 달린 댓글은 스팸이 아닌 다른 내용이었다. 익명의 누군가가 빌보가 다른 책의 내용은 자신의 이야기처럼 쓰고 있다며, 장문의 비난 댓글을 달았던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빌보는 황급히 댓글에 달린 책의 제목을 인터넷 창에 검색해보았다.
<어떤 호빗의 모험>
그리고 검색결과가 나왔다. 그 책은 5년 전에 출간된 소설이었으며, 웹사이트에 개재된 책의 줄거리는 놀랍도록 빌보의 꿈과 흡사했다. 빌보는 당장 옷을 챙겨입고 가장 가까운 서점을 찾아갔다. 빌보는 서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책을 찾아내고, 그 자리에 서서 빠르게 책의 줄거리를 훑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빌보의 표정이 사색으로 변했다. 책의 내용은 놀랄 만치 빌보의 꿈과 일치했던 것이다. 빌보는 자신이 혹시 예전에 이 책을 읽은 기억이 있는지를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그런 기억은 전혀 없었다. 장담하건대 이 책의 제목도 표지도 태어나서 지금 처음 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책의 출간연도는 5년 전이지만, 빌보가 꿈을 꾼 것은 훨씬 이전의 일이었다. 또한, 빌보는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이야기들도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책을 쥐고 있는 빌보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그럼 이 책은 누가 쓴 거지?
빌보는 자신의 꿈에 대한 내용을 소린이나 햄페스트 외에 다른 이들에게 떠벌린 적이 없었다. 그마저도 최근에 이야기한 것이지, 5년 전에는 누구에게도 자신 전생의 기억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건 빌보 말고 전생의 기억을 공유하고 환생한 이가 또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썼다는 의미겠지.
게다가 저렇게까지 자세한 사연을 알고 있는 것은 빌보를 제외한다면,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소린 오큰실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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