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린빌보/조각글] 그만 모른다.
그만 모른다.
사랑이니 뭐니 하는 달콤한 말로 포장할만한 감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 그의 안에 이전과 다른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 건 확실했다.
왕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의 고민의 진원지는 다름아닌 원정대의 좀도둑, 빌보였다. 그는 훌륭한 그의 동료였고 진실한 친구였다. 그의 우정은 소린이 황금의 병에 빠져 두 눈이 멀었을때 진정으로 빛났다. 빌보는 자신이 그를 성벽으로 밀어 죽이려고 했던 사건을 겪은 후에도 소린에게 오크의 습격을 알려주러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왔던 소중한 친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를 보는 소린의 눈빛은 우정이 아닌 무언가 다른 것으로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에레보르를 재건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소린의 고민은 끝이 없었다.
과연 이 감정이 사랑인가. 우정의 또다른 변주는 아닌가.
깊은 우정과 애정은 무엇으로 구분하는가.
우정과 애정의 차이가 성욕의 유무라면, 오래된 부부사이의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우정으로 치부해도 좋은 것인가.
그리고 그런 소린의 고민을 눈치채지 못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물며 당사자인 빌보조차, 시도때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소린의 눈빛에서 달큰한 애정을 느낄 지경이었으니. 빌보는 고민하고 있는 소린의 어깨를 이따금씩 두드리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소린, 당신은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요. 가끔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맛있는 식사나 즐기는 게 어때요?"
소린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랑과 우정 중 어느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포장해야만, 그를 더 오래 자신의 곁에 붙잡아 둘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사실 그런 용어의 정의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자신의 감정이 무엇이건 확실한 건, 빌보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곁에서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결혼을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
그가 그의 고향을 소중히 해서 자신을 떠나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빌보에게 너무도 괴로운 일이겠지. 이 일로 나를 원망한대도 소용없다.
그의 눈빛은 꿀보다도 더 달콤했으며, 아슬아슬했다. 그 눈빛의 의미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빌보도 알고 있다. 하지만 굳이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그가 되도록 오랫동안 고민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지만 빌보가 오랜시간동안 속끓여왔던 외사랑에 대한 복수가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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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행사 준비 때문에 업데이트가 뜸해서ㅠㅠ
예전에 리퀘로 잠깐 썼던 조각 글이라도 올리고 갑니다:D
현재 톨킨온에 나올 소린빌보 재록본 선입금 중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랫글을 참고해주세요!
2015/08/06 - [인포] - [선입금] 현장/통판 소린빌보 소설본 예약안내(8/18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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