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Hobbit)/오만과편견AU(完)

[소린빌보] 오만과편견AU (完)

오만과 편견AU - 完



 똑똑똑-


 다음날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빌보의 집 문을 두드리는 경쾌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빌보는 지금 막 도착한 손님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날 낮에 그들의 방문을 예고하는 편지가 미리 도달했던 까닭이었다. 빌보는 한달음에 문앞으로 종종거리며 달려가 반가운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자 집 앞에서 반가운 얼굴의 두 젊은 드워프 왕자가 만연한 미소를 띠고 빌보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필리와 킬리가 당신께 봉사하겠습니다."

 "잘 왔어요."


 빌보가 웃으며 그들을 맞이하자, 빌보의 뒤에서 메리와 피핀, 그리고 프로도가 달려나와 필리와 킬리를 향해 왁자지껄한 환영인사를 건넸다. 빌보는 필리와 킬리의 뒤쪽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당연히 있어야 할 그들의 보호자를 찾았다. 빌보가 뭘 찾고 있는지를 눈치챈 킬리가 큰소리로 빌보를 향해 외쳤다.


 "보긴스! 삼촌은 오늘 함께 오지 않았어. 종족회의에 갔거든. 뭐 그들에게 허락받을 일이 있다나?"

 "그렇군요…."


 빌보가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으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반가운 손님들을 어두운 얼굴로 맞이할 만큼 센스없는 호빗이 아니었기에 금방 웃는 얼굴로 돌아와 그들을 향해 말했다. 


 "자, 다들 배는 충분히 비워놓고 왔겠죠?" 


 그 날 필리와 킬리는 호빗이 작정하고 성대한 손님대접을 준비하면, 얼마나 많은 음식이 나올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해야만 했다. 필리와 킬리가 콩 한 조각도 더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불러올 때쯤이 돼서야 겨우 그날의 식사는 마무리 지어졌다. 빌보는 소화에 도움이 될만한 향이 좋은 차를 꺼내 찻잔에 담았다. 찻물이 충분히 데워지기를 기다리던 중 누군가 빌보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프로도가 일어나 문가로 다가가자 빌보가 다급히 그를 불러세웠다. 


 "오 프로도, 내가 직접 열 테니 넌 이 차 주전자를 지켜봐 주겠니?"

 "네. 그러세요."


 프로도는 유난히 들떠있는 빌보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마도 삼촌이 기다리고 있는 손님이 있는 모양인데, 프로도가 아는 한 오늘 백엔드를 방문할 만한 손님은 딱 한 명뿐이었다. 빌보는 문앞에서 숨을 잠시 가다듬고는, 옷매무새까지 체크한 이후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어서오.."

 "오랜만이군."


  빌보의 눈앞에 서 있는 건 스마우그였다.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짓는 빌보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우그는 빌보의 집 안을 흘낏 들여다보았다.


 "이런, 내가 잘 알고 있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군. 지금 네 집에 드워프들이 들어앉아 있는 건가?"

 "당신의 집이 아니라, 제집이니까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잠깐, 어딜 들어가려는 거예요!"


 스마우그가 아무렇지 않게 대문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빌보가 기겁을 하며, 조그만 손으로 스마우그를 밖으로 밀어내었다.


 "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하시죠. 무슨 일로 이 늦은 시간에 방문한 거죠?"


 빌보는 혹여 필리나 킬리가 스마우그를 볼까 봐, 대문을 부랴부랴 닫았으며 말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스마우그가 자신의 집을 다시 방문할 이유라고는 단 한가지뿐이었다. 빌보는 자신의 주머니속에 있는 아르켄스톤을 꺼내려 손을 집어넣었지만, 빌보가 그 빛나는 하얀 돌을 꺼내기도 전에 스마우그가 말했다. 


 "참나무 방패 소린이 너에게 청혼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


 빌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대답했다.


 " 누가 그런 소리를 해요?"

 "그 표정을 보니 사실인가 보군."

 "…. 말도 안되는 소문이에요.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인가요?"


 스마우그의 금빛 눈동자가 사악하게 빛났다.


 "아르켄스톤."


 빌보가 움찔하며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있는 한쪽 손을 움직여 아르켄스톤을 쥐었다.


 "내가 이곳에 두고 간 그 보물을, 넌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겠지?"

 "그야…. 언제고 당신에게 돌려줘야 하니까요. 난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돌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거든요."


 스마우그는 빌보가 꺼내 든 아르켄스톤따위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빌보의 눈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참나무방패 소린이 네게 청혼한 순간에도 그 아르켄스톤이 너의 작은 주머니 속에 있었겠지. 과연 참나무 방패가 너를 사랑해서 청혼을 했을 것 같으냐? 그는 너의 품속에 있는 아르켄스톤의 마력에 홀렸을 뿐이야."

 "말도 안돼."


 빌보는 스마우그의 말을 부정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소린이 자신에게 청혼했을 때의 상황을 돌이켜 생각해보았다. 분명 그쯤의 자신은 늘 아르켄스톤을 품에 지니고 있었다. 자신에게 청혼하던 그 날 소린은 분명 호빗을 열등하다고 말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청혼한 이유가 아르켄스톤의 마력 때문이라면? 빌보의 얼굴에 혼란한 기색이 완연해지자, 스마우그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만약 아직도 참나무방패 소린을 믿고 싶다면, 그를 시험해 보아라 호빗. 그의 눈앞에 아르켄스톤을 보여주고 너와 아르켄스톤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만들어라. 과연 그럼 그가 너를 선택할까, 아니면 아르켄스톤을 선택할까? " 


 빌보의 눈빛이 흔들리며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아르켄스톤을 바라보았다. 아르켄스톤은 여전히 영롱한 하얀 빛을 내뿜고 있을 뿐이었다.




 자정이 한참 지나고, 짙은 밤이 지나 동이 터오는 새벽이 되어서야 소린이 샤이어 입구에 도착했다. 소린은 품에서 미리 챙겨왔던 샤이어 지도를 펼치고, 이제부터 어떻게 빌보의 집을 찾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런 소린의 눈앞에 낯익은 호빗의 모습이 들어왔다.


 "빌보 배긴스?"


 빌보는 집에서 입는 가운 차림으로 마을을 서성이고 있었는다. 빌보 역시 소린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네요. 아침이라기엔 너무 이르긴하지만, 그래도 새벽은 밤이 아니니까. 좋은 아침이예요 소린."

 "왜 이시간에 밖에 나와있지? 그것도 그런 차림으로.."


 소린이 약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빌보를 바라보자, 빌보는 아무렇지 않게 가운의 옷깃을 여미며 대답했다.


 "산책이요. 좀 생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소린이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빌보를 바라보자, 빌보는 그제야 자신이 밖에 나온 이유에 대해 실토했다.


 "당신이 지금쯤 우리집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 같았어요. 필리가 말하길 당신은 절대로 처음보는 장소를 지도만 보고 한번에 찾아오지 못할거라고 했거든요."

 "고맙군"


 소린은 손에 들고있던 지도를 접어들고는 빌보가 가는 방향으로 나란히 함께 걷기 시작했다. 모두가 잠들어있는 새벽 샤이어의 길을 나란히 걸으며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빌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모리아에서 피핀을 구해주신 일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그걸 어떻게.."

 "피핀이 입이 좀 가볍거든요. 어쨌든 그건 정말 용감한 일이었어요. 피핀뿐만 아니라 간달프도 위험할 뻔했는데, 당신 덕분에 제가 그 둘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칭찬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지, 소린은 한쪽 손을 들어 수염근처를 긁적였다. 그의 손에 나있는 자잘한 상처를 보고나니 빌보는 다시 한 번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밤 스마우그가 했던 이야기들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에 오른손을 넣고 무언가를 만지작거렸다.


 "소린. 사실 어제 밤에 우리집으로 스마우그가 찾아왔었어요."


 스마우그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소린이 걸음을 멈추고 빌보를 바라보았다.


 "사실 지난 여름에, 그가 제게 청혼을 했었거든요."

 "뭐?"


 소린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빌보가 큰소리에 놀라 움찔했으나, 소린은 그런 빌보에게 다그치듯이 되물었다.


 "그래서,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나?"

 "그..그럴리가요. 만일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면, 제가 지금 미혼으로 남아있을리가 없죠."


 소린이 노골적으로 안도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가 왜 너를 다시 찾아온거지?"

 "스마우그가 청혼을 하면서 제멋대로 아르켄스톤을 두고 갔었어요. 언젠가 돌려주려고 제가 줄곧 가지고 있었는데.. 물론 아르켄스톤이 원래 스마우그의 것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내가 받을때는 그의 물건이었으니까. 어쨌든, 그는 당신이 내게 청혼한 게 그 아르켄스톤떄문이라고 하더군요." 


빌보의 이야기를 듣는 소린의 표정이 내내 미묘했다. 소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 없어서 빌보는 사뭇 초조해졌다. 


"당신이 끌린 건 내가 아니라 아르켄스톤의 마력 때문일 거라고 했어요. 만일 못 믿겠으면 당신의 눈앞에 아르켄스톤을 보여주면서 나와 아르켄스톤을 선택하게 하라고 하더군요."


 빌보는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줄곧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소린은 어딘지 풀이 죽은듯한, 혹은 실망한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도 내 마음이 아르켄스톤 때문이라 생각해서, 지금 아르켄스톤을 가져온 건가?"

 "네? 오, 소린 아니에요 이건…. "


 소린의 말에 빌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신의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던 작은 물건을 꺼냈다. 빌보의 손에 들린 건 작은 도토리알갱이 하나였다.


 "저번에 머크우드를 지나 에레보르로 가던 길에 주운 도토리예요. 샤이어에 돌아오면 뜰에 심으려고 했는데, 아직 심지 못해서…."


 빌보의 손에 들린 도토리를 보자, 소린의 눈빛이 놀랍도록 부드럽게 풀어졌다. 이 호빗은 언제나 소린을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었다. 빌보는 멋쩍은 듯이 말했다.


 "아르켄스톤은 스마우그에게 돌려줬어요. 난 당신을 시험하는 행동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건 좀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난 당신이 돌의 마력에 홀려서 내게 청혼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일 그랬다면 좀 더 다정한 말로 포장을 해서 청혼하지 않았을까요?"


 빌보는 소린의 투박하고 무례했던 청혼을 떠올리며 혼자 웃음을 터뜨렸다.


 "게다가 당신이 내 조카를 구해준 것도 마찬가지예요. 그건 당신이 나와, 아르켄스톤과 떨어져 있을 때 일어난 일이었잖아요.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순수한 선의라고 믿었기 때문에, 스마우그에게 아르켄스톤을 돌려줬는데…. 아, 혹시 내가 멋대로 아르켄스톤을 용에게 줘버려서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네요. 원래 당신의 물건일 텐데 음….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는데, 혹시 스마우그를 다시 만나면 되돌려달라고... 읔!"


 빌보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소린이 세차게 빌보를 끌어안았다. 빌보는 살짝 혀를 씹은 것 같았지만, 자신을 안고 있는 소린의 온기에 놀라 아무런 아픔도 느낄 수 없었다.


 "빌보…. 넌. 정말 매번 나를 놀라게 하는군."


 빌보의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어왔다. 자신이 너무 제멋대로 무례하게 상대를 안았다는 것을 깨달은 소린이 다급하게 빌보의 품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빌보의 어깨를 잡은 채, 그의 눈을 뚫어지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그대의 마음이 저번과 같다면 대답해주게. 그럼 다시는 그대를 불쾌하게 만드는 청혼은 하지 않겠네. 하지만 혹시라도 마음이 변했다면. 조금이라도 변했다면…. 나와 결혼해주지 않겠나?"


 소린이 조심스럽게 빌보를 향해 다시 한 번 청혼을 건네자, 빌보가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오 맙소사. 좋아요."


 빌보는 자신의 대답이 너무 빨랐다는 것을 깨닫고, 창피함에 얼굴을 붉혔다. 마치 자신이 그의 청혼을 애타게 기다린 것처럼 보일 텐데.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제 마음은 그때와 아주 달라졌다는 거죠. 그러니까 전…. "


 빌보가 부끄러움에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며, 소린이 부드럽게 두 눈을 휘며 눈웃음을 쳤다. 빌보 역시 그를 향해 환한 미소를 보냈고, 둘의 이마가 맞닿았으며 이윽고 입술까지 맞닿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키스를 주고받았다.




 소린이 간달프에게 결혼허락을 받으러 들어가 있는 동안, 문밖에서는 빌보와 소린의 조카들이 와글거리고 있었다. 빌보는 그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음식창고에 숨어 들어가 있었지만 조카들의 목소리가 그 안에까지 쩌렁쩌렁 들려왔다.


 "삼촌은 소린이랑 사이가 나쁘지 않았어? 그는 삼촌을 늙고 초라한 호빗이라고 했다고."

 "아니야 메리. 그는 그저 삼촌이 혼기를 놓친 호빗이라고 했어."

 "뭐라고? 우리 삼촌이 보긴스를 그렇게 말했다고? 그럴 리가, 삼촌은 그가 재치있고 사랑스러운 호빗이라고 말했는걸."

 "킬리, 삼촌이 그를 처음 봤을 때 그가 혼기를 놓친 호빗이라고 말한 건 맞아. 물론 못 봐줄 정도는 아니라고 했지만." 


 빌보는 자신을 두고 왁자지껄 떠드는 조카들의 입을 당장에라도 틀어막아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때 간달프가 빌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빌보가 간달프의 방문 앞으로 다가서자, 소린이 마침 방에서 나오며 빌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간달프가 무안함에 헛기침을 몇 번인가 하고 나서야 빌보가 방문을 닫고 들어섰다.


 "빌보. 내가 방금 소린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가 자네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는군?"

 "맞게 들으셨어요. 물론 허락해주시겠죠. 간달프?"

 "내 허락이 필요한 일은 아니지. 하지만 궁금하긴 하군. 자네는 소린을 싫어하지 않았나.


 간달프의 말에 빌보는 지난날 자신이 소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떠올라 멋쩍어졌다.


 "맞아요. 그는 지나치게 완고하고, 고집이 세죠. 그리고 너무 오만해요. 게다가 무뚝뚝하기도 하고요." 


 간달프는 말없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빌보가 다음 이야기를 계속하기를 재촉했다.


 "하지만 그가 사실은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이미 잘 알고 계시잖아요 간달프. 그는…. 그저 그의 왕국을 되찾기 위해서 너무 많은 고생을 했고, 그래서 표현에 서툴렀던 것 뿐이에요. 그가 정말 나쁜 난쟁이였다면, 당신과 피핀을 구하기 위해 그 위험한 모리아의 깊은 곳까지 달려가지 않았겠죠."

 "하지만 빌보. 그와 결혼한다는 건 샤이어를 떠나야 한다는 뜻인데, 자네의 조카들과 떨어져서 지낼 수 있겠나?"

 "오, 그건 걱정 마세요 간달프. 소린은 저를 위해서 일 년에 몇 개월씩 샤이어에 함께 머물러주기로 약속했거든요. 게다가 제가 에레보르에 가있는 동안 언제든 조카들이 방문해서 오래 머물 수 있게 마차를 보내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프로도에게는 제가 에레보르에 적응할 때까지 함께 지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에요."


 간달프가 의외라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빌보를 향해 물었다. 


 "참나무방패 소린이 그 모든 걸 허락했다고?"

 "허락이 아니라, 이 모든 게 그의 아이디어인걸요. 그는 제게 두 번째 청혼을 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고민했다고 말했어요. 자신의 오만했던 태도를 바꾸고, 저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멈추지 않았죠. 이 모든 걸…. 저를 위해서요."


 빌보 역시 소린이 이 모든 이야기를 자신에게 했을 때, 지금의 간달프처럼 놀란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얼마나 진지하고 열렬하게 사랑하는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빌보는 다시금 마음이 감동으로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간달프를 향해 말했다.


 "소린은…. 제가 아르켄스톤을 스마우그에게 돌려준 것을 알고도, 저를 선택해주었어요. 오…. 간달프…. 저는…. "

 "그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맞아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이요."


 간달프는 거의 울먹이고 있는 자신의 작은 호빗 친구를 가만히 끌어안았다. 제 일보다, 조카들을 키우는 일에 더욱 바쁘게 지내던 호빗 친구가 드디어 제 짝을 만난 것이다. 이제는 자신이 지켜주지 않아도, 빌보를 아껴주고 돌봐줄 소중한 이가 생겼다는 사실이 간달프를 기쁘게, 한편으로는 서운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하지만 간달프도 그 둘이 매우 어울리고 행복한 한 쌍이 될 것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빌보가 웃으며 간달프에게 돌아서서 소린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간달프는 언제나 그들의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주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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